
해외 하이엔드 세팅 시스템들을 찬찬히 보다 보면, 뮤직 서버 쪽은 어김없이 이들 제품들이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일단 기본 성능 자체가 너무도 뛰어나지만, 지터와 노이즈에 대한 완벽한 대책으로, 하이엔드 시스템의 필수 앞단으로 선택받고 있는 것이다. 요즘 한국 제품들이 해외에서 호평 받는 경우가 부쩍 많아진 상황이지만, 하이엔드 쪽에서 본다면, 이들의 역량이 가장 돋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 어느 때보다 하이엔드 레퍼런스 DAC들이 어느 정도 몇 가지로 집중되는 시점인데, 그런 주력기들과 베스트 파트너로 소개되는 제품, 바로 한국의 오렌더(Aurender)이다.

오렌더의 라인업은 당연히 네트워크 쪽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DAC 및 앰프 유·무에 따라 라인업이 대략적으로 나뉘는 편이다. 이니셜이 N으로 시작하는 뮤직 서버는 DAC가 없으며, A로 시작하는 아날로그 뮤직 서버는 DAC가 탑재되어 있고, AP로 시작하는 올인원 뮤직 서버는 DAC 및 앰프까지 탑재된 버전이다. 그 외에도 마스터 클록 및 네트워크 허브를 내놓고 있는데, MC 및 NH라는 이니셜이 붙어 있다. 이번에 소개할 제품은 개인적으로도 꼭 한 번 들어보고 싶은 제품들이었는데, 드디어 한 번에 만나볼 기회를 얻었다. 바로 N50 뮤직 서버와 NH10 스위칭 허브이다.

우선 N50은 플래그십 포지션의 뮤직 서버로 이전 N30보다 체급 자체를 확 키워 놓은 제품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트리플 섀시 구조. 무려 서버, 전원, 오디오를 각각 분리하여 담아냈다. 오렌더가 시종일관 중요하게 생각하는 노이즈와 지터에 대한 완벽 대책으로 분리해놓은 것인데, 당연히 DAC 쪽으로 보내줄 가장 깨끗한 순수 신호를 보내주도록 완벽 격리를 실현시킨 것이다. 소위 말하는 칠흑 같은 배경이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무게만 해도 전체 50kg에 육박하는 하이엔드 체급을 보여주며, 확실히 트리플 섀시 구조로, 현 시점 대세 하이엔드 DAC들의 트리플 섀시와 디자인적으로도 완벽히 맞물린 느낌이기도 하다. 참고로 이전 N30SA는 듀얼 섀시로 서버/전원, 그리고 오디오로 구분되었다. 실제 내부나 단자 구성도 아예 체급 자체가 달라진 모습.

디자인은 역시 오렌더. 큐브 디자인의 전원 및 컨트롤 버튼과 가로로 시야각 좋게 쭉 뻗은 8.8인치 디스플레이, 측면 방열핀이 오렌더임을 알려준다. 꽤 오랫동안 이 오렌더 레이아웃을 보여주고 있는데, 두툼한 인클로저 디자인과 진동에 대응하는 꼼꼼한 마감 능력은 언제 보아도 만족스럽다. 전면은 사실 이전 제품들과 비슷비슷한 모습이긴 하지만, 후면을 돌려 보면 확실히 N50의 핵심들이 드러난다. 이제 노이즈 아이솔레이션 랜 포트가 이전 2×에서 7×까지 상승한 모습. 아마 스위칭 허브 NH10을 함께 개발하면서, 이쪽에 더 힘을 실어낸 느낌인데, NH10에도 이 7× 랜 포트가 잔뜩 수록되어 있다. 요즘 이 소위 말하는 앞단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는 시점인데, 오렌더 역시 이 부분을 크게 강화하고자 한 듯하다. 또한 노이즈 아이솔레이션 USB 2.0 출력도 마련해 두고 있는데, 이쪽을 직접 활용해 본 것은 아니지만, 기대가 큰 것도 사실이다. 참고로 이쪽은 OCXO를 거치지 않는다. 역시 가장 큰 핵심이라면, 앞서 말했듯 하이엔드 DAC와의 매칭을 고려한 디지털 출력단의 지원이다. 기본적으로 코액셜 2개와 옵티컬 1개를 지원하는데, 여기에 dCS를 고려한 듀얼 AES/EBU나 요즘 부쩍 늘어난 범용성 좋은 HDMI 규격의 I2S, 그리고 MSB 테크놀로지와 매칭되는 MSB Pro ISL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 특히 후면 단자를 모듈화하여 쉽게 쉽게 교체된다는 것도 이들의 장점. 실제 MSB 테크놀로지 본사에서는 오렌더로 테스트를 진행한다고 하는데, 앞서 말했듯 하이엔드 DAC 제조사들과 가장 협업이 가장 잘 이뤄지는 곳도, 바로 오렌더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 외에도 오렌더가 자랑하는 초정밀 OCXO 클록이 탑재되어 있다. 당연히 대부분의 디지털 출력들이 이 OCXO 클록을 통하는데, FPGA로 실시간 제어하여, 완벽한 타이밍과 지터 감소를 만들어낸다. 물론 더 상위의 클록이 있다면, 외부 마스터 클록을 연결할 수 있는데, 루비듐 10MHz 클록 모듈의 오렌더 MC10이나 MC20이라면 더 높은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다. 전원 쪽도 내부를 살짝 보니 대형 토로이달 트랜스가 2개나 새롭게 자리하고 있었는데, 각각을 진공 캡슐화한 후 광택 스테인리스 스틸 인클로저에 에폭시로 완전히 감싼 모습이었다. 여기에 각 토로이달 트랜스포머 단계마다 여러 개의 AC/DC 필터를 배치하여 다중 주파수 대역의 노이즈를 단계적으로 제거했다고 하는데, 당연히 순수 신호의 완벽성이 더욱 강해졌다.

다음으로 NH10이다. 오렌더의 첫 네트워크 허브, 이름만으로도 벌써부터 기대되는 콘셉트이다. 요즘 랜 케이블과 더불어 이 네트워크 허브 쪽으로 많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는데, 오렌더의 네트워크 허브라면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오렌더가 워낙 노이즈에 거의 완벽 수준의 대응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당연히 뮤직 서버로 전달되는 첫 신호의 깨끗함과 완벽성은 최고 수준일 듯한 느낌. 0.005ppm 미만의 주파수 안정성을 갖춘 매우 안정적인 OCXO가 탑재되었고, 당연히 FPGA 동기화로 완벽한 타이밍을 이끌어낸 모습이다. N50과 마찬가지로 더 상위의 클록을 위해, BNC 마스터 클록 입력을 지원한다. 전원 쪽도 오렌더답게 리니어 전원으로 풀어간 모습으로, 노이즈가 많은 DC-DC 컨버터 없이 선형 레귤레이션으로만 전력을 구성했다. 노이즈 아이솔레이션 랜 포트는 2× 2개, 7× 4개로 구성되었고, SFP 포트도 2개나 마련된 모습. 오렌더의 특징 중 하나인 LED를 차단할 수 있는 스위치도, 후면에 마련되어 있다.

시청은 오랜만에 GLV 방문이다. 스피커는 YG 어쿠스틱스 20주년 기념작인 XX, 파워 앰프는 MSB 테크놀로지의 M500 모노블록 파워 앰프, 그리고 DAC/프리앰프로 캐스케이드가 함께 했다. 오렌더 쪽은 N50 뮤직 서버, NH10 네트워크 허브, 그리고 MC10 마스터클록까지 모두 투입하여 세팅한 모습. 그냥 세팅된 모습만 봐도, 소리의 완성도가 그려지는 시스템들이다.

일단 첫 곡으로 웅산의 목소리가 나오자마자, 작게 감탄할 수밖에 없다. 자극적인 포인트 하나 없이도 이렇게 디테일 좋게 음을 술술 표현할 수 있는지 기가 찰 노릇. 지금껏 들어본 적 없는 음의 깊이감과 자연스러움이 곡을 끝까지 듣고 싶게끔 만든다. 화장 안 한 맨 얼굴의 첫 사랑을 마주친 그 순간처럼, 원음 그대로의 순수함이 사실 가장 강력한 힘이었다는 것을 또 한 번 체감하게 된다. 음색이 이렇다, 이런 색깔이 있다, 이런 쪽과는 거리가 먼, 원래 녹음된 소리는 이랬을 것이라는 확신에 차게 만드는, ‘원음 그대로 사운드’에 한 표를 던지는 그 사운드가 술술 터져 나온다. 오렌더를 들을 때마다 굉장히 순도 높고, 정확한 사운드를 들려준다고 생각했는데, 그 깨끗한 신호를 MSB 캐스케이드가 완벽히 요리하는 모습. 캐스케이드, 언제 들어도 진짜 잘 만든 DAC인데, 오렌더가 확실히 그 확신에 결정타를 던진다. 뮤직 서버 쪽이 의외로 묘하게 음색이 더해지거나, 평소 듣던 소리와 다르다는 것이 번뜩 신경 쓰일 때가 있는데, 오렌더는 그런 단점들이 일절 없다. 더 정확하게는 DAC 성능을 200% 이끌어내는 역할에 가장 최적화된 제품이다. 완벽에 가까운 앞단의 역할을 200% 소화해낸다는 뜻이다. 그렇게 야신타나 다이애나 크롤 같은 익숙한 스탠더드 레퍼토리들을 한참을 듣다가 시간이 몇 시간이나 지나가 버렸다. 투명하고 아름다운 고음의 임팩트도 좋지만, 디테일 좋고 자연스러운 맑은 중음이 진짜 예술이다.

클래식 대편성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여기는 또 새로운 세상이다. 베를리오즈 환상 교향곡, 베토벤 교향곡 9번, 말러 교향곡 5번 등 넓은 공간을 가득 채우는 다이내믹과 정위감은 그야말로 최고 수준. 깔끔하지만, 깊게 떨어지는 저역과 빠르게 치고 빠지는 저음의 스펙트럼이 정신을 차릴 수 없게 한다. 특히 무대 넓이나 음의 정위감과 정확도는 그야말로 완벽한데, 이 부분은 진짜 소름이 돋을 정도. 번외로 DAC를 램피제이터의 호라이즌 진공관 DAC로 바꾸어 들어봤는데, 앞서 말한 DAC의 역량을 더 부각시키는 오렌더를 또 한 번 증명해낸다. 이쪽은 MSB와는 완전히 다른 소리. 진공관 음색이 기분 좋게 입혀지면서, 홀 자체의 공기감이 마치 대성당처럼 훨씬 더 넓고 크게 바뀌는 재미있는 경험이다. 확실히 분석적인 맛보다는 이런 달달한 사운드의 맛깔남이 진공관을 찾게 만든다. 특히 중독적인 음색이 대단한데, 이전 들었던 보컬 쪽 음원을 다시 찾게 만들 정도로, 매력적인 사운드에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만든다.

오렌더 N50에 3대장급 하이엔드 DAC를 잔뜩 갖춰 놓고, 이것저것 DAC 성능을 테스트하게끔 의욕에 불타게 만드는 그런 제품이다. 그만큼 네트워크 환경에 가장 정확하고 노이즈 및 지터 없는 사운드를 완벽히 전해주는 뮤직 서버. 이 제품 하나면 어떤 DAC도 자신의 실력을 200% 그려낼 수 있다. 이번 오디오쇼에서 또 한 번 진득하게 들어봐야겠다. 자꾸만 생각난다.

N50
가격 4,950만원 디스플레이 8.8인치 1920×480 IPS LCD CPU 인텔 쿼드 코어 RAM 8GB 시스템 및 캐시용 SSD 480GB NVME 디지털 출력 Dual AES/EBU×1, Optical×1, Coaxial×2, USB 2.0×1, I2S/MSB Pro ISL×1 디지털 입력 USB 3.0×2 이더넷 포트 7×, 갈바닉 절연 기가비트 LAN 모듈 2.5인치 SSD/HDD 슬롯 지원(2) 워드 클록 입력 지원 OCXO 탑재 네트워크 지원 전용 어플리케이션 지원 크기(WHD) 43×9.6×35.3cm(3) 무게 48kg(총)

NH10
가격 610만원 구성 네트워크 허브 랜 포트 2× LAN(2개), 7× LAN(4개), SFP(2개) 마스터 클록 입력 지원 LED 온·오프 지원 OCXO 탑재 크기(WHD) 43×5.6×35.5cm 무게 8k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