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B의 순도와 헤드파이 철학이 만난 순간
300B라는 진공관에는 오디오 애호가들이 오랫동안 품어 온 특별한 로망이 있다. 직열 3극관(Direct-Heated Triode) 특유의 단순하고 곧은 신호 경로, 복잡한 색채를 입히지 않는 자연스러운 선형성, 그리고 음악의 결을 그대로 드러내는 담백한 배음. 좌우 한 발씩 단 두 개의 300B로 음악을 그려내는 싱글 앰프는 그 자체로 ‘순수한 오디오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올닉(Allnic Audio)의 HPA-300B는 이러한 300B의 본질을 헤드파이라는 밀착된 환경에서도 손상 없이 펼쳐 내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진 앰프다. 기존의 완성도 높은 300B 싱글 설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 특유의 온기·배음·선형성을 헤드폰에서도 가장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전체 밸런스를 세심하게 다듬어왔다. 초단·드라이브단에는 6DR7 복합관이 배치되어 300B를 흔들림 없이 구동하고, 출력단의 300B를 젤 타입 댐퍼 소켓 위에 부유시키는 방식으로 장착해 미세 진동까지 억제한다. 전원부의 NOS 5U4G 정류관은 자연스러운 전압 흐름을 유지하고, 퍼멀로이 출력 트랜스는 300B의 순도 높은 신호를 깨끗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 신형 HPA-300B의 가장 큰 변화는 핵심 제어 장치인 2세대 기계식 정 임피던스 어테뉴에이터의 도입이다. 외관만 보아도 이전 세대와의 차이가 분명하다. 정밀 가공된 금속 하우징, 손끝에서 미세하게 걸리는 노브의 촉감, 그리고 더욱 정교해진 회전 메커니즘은 새로운 어테뉴에이터가 단순한 부품이 아니라 하나의 정밀 기계 장치로 완성되었음을 보여 준다. 내부에서는 61개의 정밀한 저항 단계가 볼륨에 따라 일정한 임피던스를 유지하며 동작한다. 그 결과 작은 볼륨에서도 음악의 밀도와 중심이 흔들리지 않고, 300B 특유의 자연스러운 선형성과 배음이 그 크기 그대로 유지된다. 즉, 어테뉴에이터는 300B의 순도를 지켜내는 ‘정교한 통로’ 역할을 한다.
실제 음악을 들어 보면 이러한 구조적 변화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요나스 카우프만의 ‘Nessun Dorma’에서는 직열 3극관 특유의 단정하고 곧은 음선이 보컬의 호흡과 함께 자연스럽게 떠오르며, 작은 볼륨에서도 감정의 깊이가 축소되지 않는다. 미세한 떨림 없이 안정된 중심, 과장 없는 배음, 그리고 300B 특유의 온기가 귀 옆에서 친밀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브래드 멜다우 트리오의 ‘Ode’를 재생하면 악기 간의 간격과 리듬의 결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피아노는 부드럽지만 흐려지지 않고, 더블 베이스의 저역은 단단하게 자리 잡으며, 드럼 브러시는 배경의 정적 위에서 촘촘하게 깔린다. 복잡한 다이내믹에서도 레이어가 뭉치지 않고 유지되는 점은 직열 3극관의 자연스러운 응답성과 2세대 어테뉴에이터의 정밀함이 만들어 내는 균형이다.
흥미로운 점은 300B 싱글의 고전적 순도는 그대로 유지한 채, 볼륨 제어라는 핵심 요소만을 다음 세대로 끌어올려 전체적인 인상이 더 세련되고 정제되었다는 점이다. 즉, HPA-300B는 본래부터 탄탄한 플랫폼 위에 ‘300B가 가진 본질적 아름다움’을 보존하고, 이번 2세대 어테뉴에이터가 그 아름다움이 어떤 음량에서도 변하지 않도록 지지하는 방식으로 진화한 것이다. 결국 HPA-300B는 ‘직열 3극관 한 쌍이 그려내는 음악의 본질’을 헤드파이라는 가장 개인적이고 섬세한 공간에서 가장 순도 높게 전달해주는 앰프다. 300B의 온기, 배음, 자연스러운 흐름은 그대로이면서도 그 표현 방식은 더 매끄럽고, 더 성숙하고, 더 현대적으로 다듬어졌다. 300B의 로망을 가장 정교하고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경험하고 싶다면, 신형 HPA-300B는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하나의 기준점이 될 것이다.
가격 1,580만원 구성 헤드폰 앰프 사용 진공관 300B×2, 6DR7(13DR7)×2, 5U4GB×1 실효 출력 8W 헤드폰 출력 4Pin XLR×2, 6.3mm×2 아날로그 입력 RCA×3, XLR×2 주파수 응답 20Hz-20kHz(±0.5dB) 전압 게인 +28dB 출력 임피던스 10-600Ω 최대 입력 전압 3V S/N비 -90dB THD 0.1% 이하 크기(WHD) 43×24×42cm
